논리를 세우는 법
고등학교 때 국어 과목 점수가 늘 최악이었는데, 도대체 왜 이걸 공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원어민인데! 그토록 열심히 푼 삼각 함수는 졸업하고 나니 쓸 일이 아예 없었다. 어떤 공부를 해도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선생님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다들 그토록 공부를 못 시켜서 안달이었던 걸까. 최근 구매로 직무를 바꾸면서야 '논리'의 의미를 알고 이제야 모든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논리란 객관적 분석을 통해 정답을 도출하기 위한 근거를 세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쉬운 예로 들자면, 사과 1개가 5000원이라면 왜 5000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근거를 통해 말할 수 있어야 논리적인 접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주관적인 관점(사과의 빨간 정도, 사과의 달달한 정도 등)은 논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데이터화(시장 물가 지수, 사과 생산량 등) 할 수 있는 것들이야말로 5000원의 논리를 만들 수 있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논리를 세우는 방식이 말(문과 과목)이냐 수식(이과 과목)이냐만 다를 뿐 결국 우리는 공부를 통해 논리를 세우는 방법을 배운다. 본인이 초등학교 1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을 때, 1+1=2를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덧셈이라는 규칙을 설명할 것이고, 어떨 때는 왼손 오른손에 사탕 한 개씩을 들고 펼쳐 보이며 왜 두 개가 되는지 예시도 들 것이다.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한다면, 왜 2 인지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해 또 다른 방법들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교과서는 무수히 많은 방법들을 통해 정답을 찾는 논리를 가르치려고 한다. 솔직히 우리가 배우는 어려운 수학 공식들은 실제 직장 생활 중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그걸 외우고 실 생활에 쓰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을 세우고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그 방식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왜 외국에서는 구구단을 외우게 하지 않고 토론식 수업이 주를 이루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논리를 세운다는 것은 왜 중요할까? 우리는 늘 선택을 하며, 그 크고 작은 선택들로 자신을 만든다고 말했었다. 내가 주말은 10시까지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예를 들어 보자. 늦잠자고 있는 게 못 마땅한 부모님이 와서 깨우고 게으르다 핀잔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왜 10시까지 자야 하는지와 같은 사소한 일도 논리를 세울 수 있다. [다음 일주일을 위해 휴식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 주말에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내가 선택한 휴식의 방식이다 -> 주말엔 시간이 많으니 10시 이후에 일어나더라도 그 날 해야 할 일을 다 끝낼 수 있는 계획이 있다 -> 내 리듬에 맞게, 일정에 무리 없이 진행하는 것이니 내 방식대로 주말을 보내는 것이 옳다]와 같은 흐름이다. 보통 부모님과 싸우게 되는 이유는, 부모님도, 아이들도 이러한 객관적인 대화로 소통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외고 전략법도, 멘탈 관리법도, 셀프 브랜딩 법도 전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단계별로 세운 방법론이자 논리이다. 그저 느낌이나 감정에 의존하여 접근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최선의 결과를 찾아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와 매우 관련 깊다.
논리는 무언의 사회적 관습이기도 하다. 엔지니어도, 정치인도, 영업도 전부 논리의 틀 안에서 업무를 본다. 왜 우리가 A라는 장비를 쓸 수 없는지 대략적인 원인을 찾았지만 확신은 없다고 가정하자. 그게 진짜 원인이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근거를 펼치게 된 추리 과정이 논리적이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답이 아닌 과정(논리)이 얼마나 타당한지! 때때로는 애매한 것들(사람 간의 관계, 말의 뉘앙스)에도 적용이 된다. 직장 상사가 대충 흘린 것 같은 말도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라는 의도를 생각해 보고, 최근의 이슈 상황을 생각해서 앞 뒤 맞춰보니 지금 직장 상사가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내가 뭘 해야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애매한 것 들마저도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처럼 논리적으로 짜 맞춰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공부는 사회의 규칙을 미리 배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부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특성이 있다. 누구나 공부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꾸역꾸역 앉아서 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학생이라는 현재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성실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성적을 기준 삼아 사회가 인정해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이 시대의 룰이다. 쓰지도 않을 공식을 배우고 시험을 보는 것은 어찌보면 아주 비효율적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매우 공평하다. 부모의 배경이 어떻든, 타고 태어난 재능이 무엇이든 간에, 내 노력 하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지방대에 진학하고도 정신 제대로 차린 학점 높은 친구들은 대기업에서도 적극 채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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